[독서노트]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김혜남 #정신과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이런 자극적인 책 제목은 분명히 출판사에서 지어준 것이리라.
30년 동안 정신분석 전문의로 일해 온 김혜남의사님이 마흔이 되는 (당신이 파킨슨 병 진단을 받은 그 시점) 우리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말들을 엮은 책이다. 읽어 볼 만한 책이다.
“하나의 문이 닫히면 또 하나의 문이 열린다. 그러니 더 이상 고민하지 말고 그냥 재미있게 살아라!” 라는 문구가 눈에 띈다.
비슷한 말씀을 최근에 우리의 법륜스님도 하신다.
“삶에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 마세요. 그러면 또 하나의 굴레만 늘게 됩니다.
우리 인생은 길가에 피어 있는 한 포기 풀꽃입니다.
길가에 풀처럼 그냥 살면 됩니다.”
물론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크리스쳔으로서… 그러나 이 얘긴 오늘의 독서노트와는 조금 다른 얘기니 오늘은 책얘기에 집중을 하기로 한다.

<지은이 소개>
정신분석 전문의로, 두 아이의 엄마로, 시부모님을 모시고 사는 며느리로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던 그녀는 마흔 살까지만 해도 ‘내가 잘했으니까 지금의 내가 있는 거지’라고 생각했다. 집이고 병원이고 환자들이고 자신이 없으면 큰일이 난다고 생각한 것이다.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 고맙다고 말하면서도 속으로는 원망한 적이 더 많았다.
그런데 2001년 마흔세 살에 몸이 점점 굳어 가는 파킨슨병 진단을 받고 나서 병마와 싸우며 비로소 알게 되었다. 자신에게 주어진 모든 역할을 다 잘해 내고 싶은 마음에 스스로를 닦달하며 인생을 숙제처럼 살아오다 보니 정작 누려야 할 삶의 즐거움들을 너무 많이 놓쳐 버렸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리고 더 충격적인 것은 자신이 없는데도 세상이 너무나 멀쩡하게 잘 돌아간다는 사실이었다.

그녀는 자신에게 들이닥친 불행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너무 억울하고, 사람들이 밉고, 세상이 원망스러워 아무것도 못 한 채 한 달 동안 침대에 누워 천장만 바라보았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문득 깨달았다. 아직 자신은 죽은 게 아니며 누워 있는다고 바뀌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다행히 병이 초기 단계라 아직 할 수 있는 일들도 많았다. 그래서 일어났고, 하루를 살았고, 또 다음 날을 살았다. 대신에 해야만 하는 일보다 하고 싶지만 계속 미뤄 둔 일들을 먼저 하기 시작했다. (책에서)
많은 글들 중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좋은 부모가 되력 너무 애쓰지 말 것.
이미 대학생 두 자녀의 아버지 이지만, 여전히 우리 부부는 좋은 부모에 대한 강박관념이 있는 듯하다.
좋은 부모란 아이의 필요를 언제 어디서나 항상 충족시켜 주는 부모가 아니다. 사람이 성장하려면 어느 정도의 결핍과 좌절을 경험해야 한다. 결핍되고 상실한 것을 스스로 찾아 메우려는 노력이 바로 사람이 성장하는 과정이다. 부모가 모든 것을 다 충족시켜 주면 아이는 성장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게 된다. 그러나 부모가 아이에게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의 좌절을 주면 아이는 서서히 좌절을 견디는 법을 배워 나가고, 현실감을 얻게 되며, 스스로 필요한 것을 찾아 가는 법을 배우게 된다. 그러면서 한 사람의 건강한 어른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한편 부모가 아무리 아이에게 모든 인생을 바쳤어도, 그 결과가 전적으로 부모의 통제 안에 있을 수는 없다. 집 밖의 세계에서 부모가 미처 예상하지 못한 일이 아이에게 일어날 수도 있다. 그리고 아이가 어떤 기질을 가졌느냐에 따라 그리고 생후 초기에 엄마와 아기가 얼마나 서로 잘 맞았는지에 따라 아이가 겪게 되는 일들이 달라질 수 있다.
그러므로 부모가 아이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은 줄 수 있는 만큼의 사랑과, 할 수 있는 만큼의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그리고 아이들이 부모의 곁을 떠나갈 때 잘 떠나보내는 것이다. 그러니 좋은 부모가 되려고 너무 애쓰지 말았으면 좋겠다. 이상적인 부모는 상상 속에서나 가능한 법이니까.
읽어보니 별 내용 아니다. 사실 별 내용일 수도 없다. 부모들은 다 아니까. 부모가 완벽할 수 없음을. 애 둘정도 키워본 부모는 다 아는 내용인 것이다.
그리곤, 아주 재미있는 내용으로 이 책을 마무리가 된다. 작가의 버킷리스트다. 10가지다.
내 인생의 버킷 리스트 10
1. 그림 그리기 : 스마트폰으로 그림을 그린 것들을 모아 책을 냈다.
2. 우리나라 바다 한 바퀴 돌기 : 친구들과 동해, 남해, 서해를 부지런히 다녔다. 앞으로도 더 돌아볼 생각이다.
3. 다른 나라 언어 배우기 : 병이 깊어지면서 시력과 집중력이 너무 떨어져 아직 못 했다.
4.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서 대접하기 : 서 있는 것이 힘들어 요리를 만들기가 어렵다. 특히 닭강정을 맛있게 만들어 대접하고 싶었는데 아쉽다.
5. 나에게 상처 준 사람들에게 욕 실컷 하기 : 너무 고상한 척, 아무렇지 않은 척 사는 것은 그만두었는데 욕은 실컷 못 했다. 남편 욕은 좀 했다.
6. 세상의 모든 책 읽어 보기 : 이 또한 병이 깊어지면서 아직 못 했다.
7. 책 한 권 쓰기 : 이 책을 포함해서 다섯 권의 책을 더 썼다. 열 번째 책을 마지막으로 책 쓰기는 끝이 났다. 그런데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책을 썼는지는 모르겠다.
8. 남편과 무인도에 들어가 일주일 지내기 : 그냥 그러고 싶은데 아직 못 했다.
9. 가족들과 행복한 크리스마스 보내기 : 사위와 두 손자까지 모여 크리스마스를 보냈다. 이만하면 잘 산 것 같다.
10. 조용히 온 데로 다시 가기 : 여전히 나는 그럴 수 있기를 소망한다. (책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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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나는 이 책을 잠깐 훝어 보면서, 다시금 생각해 본다.
삶이란 무엇인가? 다시 살아야 한다면 나는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